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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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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6 18:12 이야기

4월도 저물어 간다.

분명 추운 겨울이었는데 집앞 느티나무는 연두빛 이파리가 한가득이다.

두꺼운 겨울 옷을 입고. 겨울옷에 가려진 배 덕분에 노약자석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병원으로 향한 그 날.

무슨 일이야 있겠거니 하고 갔던 병원에서 청천벽력같은 조기진통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입원.

링겔을 맞고 누워서도 남편과 시시덕거렸다. 무지가 용기였던 것...

담당의는 진통이 잡히지 않는다며 대학병원으로 이동하라고 했다. 그리고 부랴부랴 앰뷸런스 탑승.

휠체어를 타고 앰뷸런스로 가는 길. 걱정 가득, 안타까움 가득한 얼굴로 배웅하는

담당의의 얼굴이 스쳐갔다.

뭐지 저 표정은?? 

그때부터 엄습하는 불안감. 때마침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 비를 뚫고 앰뷸런스가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 타보는 앰뷸런스 누워있는 내내 한 가지 생각만이 맴돌았다.

그래야 제발 무사해 줘. 그래야 미안해. 제발 무사해...

아기 때문에 술을 못마신다고, 아기 때문에 입덧이 힘들다고, 아기 때문에 피곤하다고,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 하냐며, 아기를 낳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알게 모르게 아기를 원망했던 나의 지난 마음들을 사죄하고 속죄하는 시간이었다

고대 대학병원 도착.

검사 후 진통 잡는 약을 링겔에 꼽자마자 온몸이 활활 타고 힘이 훅 빠지며 어지러운 기분에 휩싸였다

그리고 일주일간의 입원생활이 시작되었다.

지금 보니 조산기는 많은 산모들에게 빈번하게 일어나더라.

입원도 많이 하고. 실제로 조산도 많이 하고.

마냥 순산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던 내게는 충격이었다.

옆 자리 침대는 동갑내기 산모. 나보다 무려 3주 먼저 입원한 친구였다.

하혈을 계속하여 아기가 언제라도 나올지 모르는 위험한 상태였다.

손등에 링겔만 세 개를 꼽고. 소변줄을 낀 채 침대위에 꼼짝 못하던 친구.

문득 황제펭귄 다큐멘터리가 생각났다.

알을 품는 황제펭귄 수컷. 추운 겨울이 지나 아기가 깨어날 때까지 알을 품고 있어야 하는

황제 펭귄은 마음껏 움직이지도, 이동하지도 못했다.

그저 알이 무사히 깨어나길 기다리며 웅크리고 있을 뿐이다.

남극의 추위 중에서도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면 떼를 지어 허들링을 한다.

서로서로 붙어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기는 것이다.

꾸물꾸물,,꾸물꾸물..오로지 알을 지키는 것 외에는 하는 일이 없는 황제 펭귄 수컷들.

대학병원 조기진통 실에는 황제펭귄들로 가득했다.

손등에 가득한 링겔줄, 배에는 진통과 태동 측정기를 두르고, 먹는 항생제, 맞는 항생제...

피 대신 약이 돌 것 같은 느낌. 며칠 째 안감은 머리와 기름진 얼굴로 침대 위에 소변통에 소변을 보고

다시 자리에 눕는다. 오직 아기가 무사하기만을 바라며 하루하루 침대 위에 시간이 흘러간다. 이 추운 시기가 어서 빨리 지나길 바라며.

내 인생에 가장 힘겨운 때가 이로서 다시 생긴 거 같았다.

일주일 사이 겨울이 저물어 갔다.

새 학기를 알리는 떠들석하고 상쾌한 소음과 내음이 창문 사이로 흘러들어왔다.

 내게도 새내기 시절이 있었는데.

아기도 살고 나도 살았다 싶으니 딴생각이 또 스물스물 드는 거다.

어쨌거나 퇴원 후 집으로 왔다.

주수에 비해 너무나 짧은 자궁경부 길이 때문에 외출은 금지, 집에서도 누워 지내야 한다.

그리고 3주가 지나고 한달이 되어간다.

옆 친구는 내가 퇴원후 며칠후 출산을 했다. 30주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아기는 중환자실로 갔지만

무사한 것 같다. 29주 이후에는 합병증과 면연력의 문제가 있어 그렇지 생존은 문제 없는듯 하다.

다행이다. 정말 착하고 밝은 친구였는데. 그 친구의 밝고 긍정적인 생각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어쨌거나.

나의 아기는 이제 32주를 넘어 33주를 향해 간다.

어제 또 잦은 배뭉침 때문에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남편은 전전긍긍했다.

집 앞의 느티나무가 짙은 녹색이 되고, 매미가 울고 더운 바람이 불 때..

그때까지만 기다려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잘해야 되겠지.?

 

posted by 날벌레
2012/02/19 23:52 분류없음
일요일의 마감... 마음이 헛헛하다. 주말을 좀 알차게 보내보려했는데
사무실서 가져온 일거리는 들춰보기 꺼려고
펼쳤던 중국어 책은 금세 엉덩가 들썩거려 덮어버렸다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있는 일, 해야 하는 일...
문득 졸업할 때의 목표가 떠오른다
얼마만큼의 달성과 만족일까
해야 하는 일 이라는 점에서는 조금 멀어진거 같다
사회적 책임의식에서 기인한 목표였는데..
어쨌거나
마음이 헛헛하다

머리에 이고 살던 일복도 이직 후 조금은 남일 되었고
그 덕분인 것도 없잖아 인생의 거사를 연이어 치르게 됐다
어쨌거나 헛헛하다

지하철 아저씨 사건도 있고 이러저러 사건들을 보며
다시한번 여성으로 산다는것이 씁쓸하다
어렸을 때 주터 지금까지 주마등 처럼 떠오르는
슬프고 굴욕적인 기억도..
잠시이고 또 잊고 살 기분이지만 이것때문에도
헛헛하다

인생 정말 길다
고민많고 생각많은 상태로 살기에 너무 버겁고
한데 인생은 너무 빨라서
무상하게 살자니 모든게 손가락 사이로
금세 빠질것 같기도 하다
헛헛한게로구나~~~

화이팅이다!
posted by 날벌레
2012/02/06 16:37 이야기
부부가 된지 이제 9개월이 되었나?
즉 남편이 생긴지 그렇게 되었다.
헤어지기 싫어서 같이 살기로 결심한 사람.

그렇게.
싸우기도 하고 꺠소금도 흐르며 함께 지내왔다.
내가 남편에게 실망한 것은?
없다.
그렇다고 완벽한 사람인가? 그런건 또 아니고.
아. 이런점이 살면서 부딪히겠구나 한 것은 이미 결혼 전에
알던 것이었다. 그 부분이 컸다면 부부가 되지도 않았겠지.
그 외에 결혼 후 새롭게 알게 된 단점은? 정말 없다.

그렇다면 남편은 어떨까?
정확히 모르긴 해도 많은 점에 있어서 나에게 실망하지 않았을까?
연애할 때 나름 조금은 숨어있던 것들이 가감없이 보이니.
내가 가족한테만 보이는 것들.
...-_-;;
쉽게 욱하는 성격. (남편에 비교하자면) 제멋대로 성격.
내 뜻대로 안되면 못견디는 성격. 적어놓고 보니 최악이다.

아무튼.
와. 나라면 저렇게는 못할텐데. 싶은 점에 나는 감동한다.
그리고. 쳇 나라면 이렇게는 할텐데. 하는 점에 있어서 나는 화가 난다.
내가 그가 될 수 없고 그가 내가 될 수 없기에 생기는 지점.
그런 지점에서 남편은 참지만 나는 그걸 항상 내색하고 만다.
표정을 숨길수가 없어..하고 싶은 말을 참을 수가 없어..

남편은 항상 노력한다. 그것이 눈에 보인다.
나도 노력하는데..보일까?
남편한테는 언제나 고맙고 미안하다.

어쨌든.
좋은 아내가 되고 싶다.
매력 넘치는 양처란 무엇일까.
결혼 전에는 없던 생각이다.
그저 나와 너가 만나 부부로 잘 살면 되겠지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나
좋은 아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나도 더 멋진 사람이 되고, 그도 더 멋진 사람이 되는
훌륭한 서포터가 되고 싶다.




posted by 날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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